[우산안까먹기] 맥베스…랑 인간관계론이 무슨 상관인데?

2024. 3. 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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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안까먹기] 욕망의 아이콘, 맥베스?

지난 3회차 모임까지는 '회색'을 주제로 이것저것 먹어봤습니다. (아직 글은 안 썼는데..! 틈틈이 써보겠습니다ㅎㅎ) 이번 모임부터는 '욕망'을 주제로 다양하게 읽기로 했고, 유명한 희곡으로 운

bookmeoksa.tistory.com

 

 

 

이번에는 지난 글에서 언급한 대로 마녀의 예언이 없었다면 맥베스는 어떻게 행동했을까?맥베스를 읽으면서 생각난 배경지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구요!

 

마지막엔 글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깨달은 바, 특히 우리가 다음으로 읽을 책인 인간관계론과 맥베스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ㅎㅎ

 

 

4.  What if  마녀의 예언이 없었다면?

'예언'하면 <마이너리티 리포트>, <노잉>, <컨택트>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죠. 개인적으로는 <매트릭스>에서 오라클과 네오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 자주 떠오릅니다.

 

 
  이 장면을 보면 항상, '괜히 오라클이 한마디 해서 네오가 꽃병 깬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ㅋ

 

예언이 없었으면, 적어도 당사자가 예언을 듣지 않은 상황이어도 그 예언이 성취되었을까? 마치 양자역학처럼 예언이 주인공에게 관찰되면 실현되고 그렇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게 아닐까...하는 상상도 곧잘 합니다

 

 

<맥베스>에서도 아래 두가지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1. 예언이 없었어도 맥베스는 왕이 되려고 했을 것이다
  2. 아니다, 예언이 없었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예언 때문에 욕심이 난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각자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맥베스가 예언을 안 들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를 예측해보려면 예언과 상관없던 시절의 맥베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는 실존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저기 검색해본다고 해도 이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주어진 텍스트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대사를 뜯어보면 1번을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대사도 있고, 2번을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대사도 있습니다. 같이 보시죠

1. 예언이 없었어도 맥베스는 왕이 되려고 했을 것이다 ― 를 뒷받침하는 대사

예언을 처음 듣고 혼자 '내가 왕이 된다고...?'하면서 궁시렁거리다가 옆에 있던 뱅코우가 이제 그만 정신차리라고 툭 건드린 상황에서 맥베스는,

용서하시오, 내 우둔한 머리는 이미 잊었던 일들을 한참 생각하고 있었소.

<맥베스> 1막 3장

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이미 잊었던 일들이 가리키는 것이 왕좌를 차지하는 일이라면, 마녀들로부터 이 예언을 듣기 전부터 맥베스는 왕좌에 욕심이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불의한 방법을 제외하고는) 왕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짓고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아주 욕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예언이 없었어도 그가 권력을 얻으면 얻을수록 잊었던 욕망을 되살렸을지도 모릅니다!

 

2. 예언이 없었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예언 때문에 욕심이 난 것이다 ― 를 뒷받침하는 대사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던, 맥베스가 예언에 대해 적어 보낸 편지를 읽은 부인의 반응입니다. 이때 부인의 독백에 맥베스가 본래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맥베스> 1막 5장

 

부인이 생각하기에 맥베스는 인정이 넘치고, 야심은 있지만 응당 따라야 할 사악함이 없고, 높이 오르려 하면서도 신성하게 얻으려 하고, 반칙은 안 하고 싶으면서 부당한 것을 차지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착한 사람입니다

 

부인은 이런 그를 향해 겁쟁이라고 비난하지만, 이러한 '겁'이야말로 맥베스에게 올바른 정의의 기준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용감함의 중용은 용기를 발휘해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알고 행동하는 것입니다(shout out to 아리스토텔레스). 부인이 강요하는 용감함은 지나친 용기, 즉 만용인 반면, 맥베스는 부정의한 일에 용기를 발휘하는 것을 망설였기 때문에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예언이 없었고, 부인에게 예언에 대해 말할 일도 없었고, 부인의 등쌀에 떠밀릴 일도 없었더라면 (맥베스가 왕위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고 해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는 '이미 잊어버린 일'로 삼았을 것입니다.

 

사실 1번을 뒷받침하는 대사도 다시 생각해보면, 맥베스도 욕심은 있었지만 스스로 정의롭지 못하다고 결론 짓고 잊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예언과 부인이 없었다면 왕을 암살하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길 일은 없었을 것 같네요.

 

3(?). 예언도 예언이지만, 부인이 제대로 된 사람이었으면 안 그랬을 것.

맥베스가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맥베스는 중립상태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왕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 당신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들려주고 싶어 편지했어. 근데... 그 예언이 사실이되려면 내가 왕을 죽여야 한다는 뜻일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정도.

 

그러니 만약 부인이 이 편지를 보고 '그런 불경한 소리 말아요! 왕을 죽이다니요! 저주 받아 마땅한 소리!'라고 반응했다면 이야기의 결말이 한참 달랐을 것 같습니다.

 

5. 관련 경험, 배경지식

잉글랜드 왕이 백성들에게 손을 갖다대서 치유한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보고 씀민이가 다음 기사를 찾아주었습니다.

 

실제로 한낱 인간이 환자에게 손을 댔다고 해서 병이 나을리는 없고, 그당시 지배적인 종교적 풍토에 따라 지배층이든 피지배층이든 왕에게 그런 신적인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그리고 주장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연구한 책, <기적을 행하는 왕>을 소개한 짧은 기사입니다

 

 

‘집단 심리’의 역사, 기적의 발자취 되다

기적을 행하는 왕/마르크 블로크 지음/박용진 옮김/한길사/600쪽/2만 8000원 “왕이 너를 만지고, 신이 너를 치료하노라.” 중세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왕이 손을 대서 연주창(결핵성 임파선염)을

www.seoul.co.kr

 

6.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셰익스피어가 <맥베스>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변 사람을 조심해라. 이 희곡을 쓸 당시 셰익스피어 주변에 맥베스 부인 같은 사람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런 사람에게 넘어가 비극적인 말로를 달린 사람이나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걸까요.

이전 글을 시작할 때, 맥베스는 말랑말랑해서 주변 사람 말에 잘 넘어가는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한테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그럴수도 있구요ㅋㅋ

 

다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조심해야할 '주변 사람'의 범위가 더 넓다고 생각합니다. 맥베스처럼 가까운 사람만 조심하면 될 게 아닙니다. 물질적인 가치만을 강조하는 SNS,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 이런 것들은 '마녀'의 위치에 있으면서 동시에 '부인'의 위치에 있습니다. 욕심을 만들어내는 것(마녀)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하든 정당해보이도록 설득하는 것(부인)이기도 합니다.

주변에 그런 존재들만 있으면 맥베스처럼 비극을 피할 수 없겠죠. 하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둔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부인이 좀 더 바른 사람이었으면 비극을 예방할 수 있었을테니까요ㅋㅋㅋ

 

그럼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들 하던데...!!

어떤 방법이 있는지는 다음 책,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통해 자세히 배워보겠습니다.

 

과연 어떤 책일지...

씀민 : 맥베스 부인은 헤킷이다

우산안까먹기 : 흑막은 레이디 맥베스

김재님 : 스코틀랜드의 봄

 

 

 
맥베스
『맥베스』는 자신의 세계에 두려움을 풀어놓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군인으로서 전쟁터에서 살인에 능통한 자다. 그런 자가 수차례의 고민 끝에 잠들어 있는 사람을, 그것도 자신의 집에서 죽인다. 그리고 살인을 한 후, 그 결과가 곧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참을 수 없는 권력욕에 무릎을 꿇지만, 그것이 전제한 끔찍한 살해로 인한 악령이 그를 두려움의 그물에 꽁꽁 묶어버린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가운데 가장 짧고 속도가 빠른 『맥베스』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허망하고 위험한 것인지, 두려움의 정체란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통찰한다. 권력을 쟁취하고 그것을 유지하려는 추악한 욕구의 실체를 파헤침으로써 셰익스피어는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내는 또 하나의 걸작을 완성한다.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출판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일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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